카지노·주류·마약..'나쁜 기업' 골라 투자하는 ETF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카지노, 주류, 마약 산업 등 '나쁜 기업'을 골라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에서 나왔다. 글로벌 시장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와중 반(反)ESG 관련 종목만 담은 것이 특징이다.

2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 'B.A.D. ETF'(티커명 BAD)가 발행됐다. 이 ETF는 BAD인베스트먼트사가 개발한 'EQM BAD 인덱스'를 추종한다. 패시브 방식으로 운영되며 총보수는 0.75%다.

BAD는 영어로 '나쁜'이란 뜻을 지닌 상품명에서 알 수 있듯 비윤리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주식에 투자한다. 카지노, 주류, 마약 등 이른바 '죄악주' 테마 ETF다.

죄악주 ETF가 나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말 출시된 '어드바이저셰어즈 바이스 ETF'(VICE)도 주류와 게임 등을 담았다. 이 ETF는 지난 28일 기준 수익률이 연초 대비 5.79%를 기록했다.

의료용 대마 ETF인 '글로벌X 캐너비스'(POTX)와 도박 관련 ETF '라운드힐 스포츠베팅 & i게이밍'(BETZ) 등도 죄악주 관련 ETF다. 이 중 POTX의 경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올해 초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BAD는 죄악주 ETF 중에서도 ESG 트렌드에 반한 상품이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ESG는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받는 트렌드이지만 기업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ESG 수준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자금이 과도하게 몰린다는 지적도 있었다.

BAD는 이같은 지적을 역발상으로 이용해 ESG 투자에선 금기시하는 카지노, 주류, 의료용 대마 관련 산업을 각각 3분의 1 비중으로 맞춘다. 이들 산업이 실생활에선 익숙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EQM BAD 인덱스를 소유한 투자회사 BAD인베스트먼트의 토미 맨쿠소 사장은 현지 인터뷰에서 "우리는 무엇이 좋은 투자인지 결정하는 데 있어 사회적 낙인이 일차적 요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 업계에선 다소 외면받지만 일상생활에선 널리 받아들여진 업종에 투자한다"며 "이 펀드가 ESG 요인에 초점을 맞춘 일부 펀드보다 투자자들이 무엇을 사들이고 있는지 더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ESG 전략이 성행하는 가운데 '나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다"라면서도 "오히려 ESG 점수가 낮은 주식에 투자함으로써 거품 없는 저평가 주식을 찾으려는 투자자에게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SG 경영이나 철학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지만 기업 이윤 측면에서 보면 담배, 술, 카지노 등에 대한 니즈(수요)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니즈가 많아지니 기업의 주가는 올라가고 이러한 컨셉의 상품이 나온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이같은 ETF가 나오기 쉽지 않다"며 "가령 카지노 사업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ESG에 반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배드'의 개념이 애매하고 해외에 비해 이같은 기업의 수가 한정적"이라고 말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