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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산업 규제’ 한계 봉착한 선진국들 양성화에 박차

작성자
candy
작성일
2021-10-09 06:58
조회
621
규제 철폐하자 불법 사행시장 규모 절반으로 줄고 세수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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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 모습. 국내 사행산업에는 카지노업, 경마, 경륜·경정, 복권, 체육진흥투표권, 소싸움경기 등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사행산업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사행심을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거나 관련된 물적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산업을 말한다. 국내 사행산업에는 카지노업, 경마, 경륜·경정, 복권, 체육진흥투표권, 소싸움경기 등이 있다. 분명 논란은 있지만 이들 사업은 엄연히 합법적인 사업으로, 특히 국내외 사행산업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천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발표한 ‘2020년 세계 주요국 사행산업 정책 및 제도 비교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사행산업의 순매출 규모는 4조 6006억 달러(약 51조 원)로 추정되며 2009년 3조 6956억 달러(약 41조 원)에서 10년 간 약 2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기준 국내 사행산업의 총매출 규모도 22조 7000억 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불법도박 규모, 전체의 80% 차지

세계 사행산업 규모의 확대와 더불어 불법 사행산업 역시 증가하고 있다. 불법 사행산업은 2019년 기준 약 81조 5000억 원 규모로 추정돼 합법 사행산업 규모의 약 4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경마연맹(ARF)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불법도박 규모는 전체 규모의 80%로 추정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봉쇄와 격리, 스마트폰 등의 IT 기술 발달로 시장 확대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규제 중심의 사행산업 정책이 한계에 봉착하는 모양새다. 이에 주요 선진국들은 사행산업을 인정하고 합법화하는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들이 온라인 경마를 비롯한 사행산업 양성화를 앞 다퉈 시행하는 것은 중독치료 및 경로추적 등 이용자 보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이 움직임에 동의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사행산업감독위원회에서 발표한 ‘제3차 불법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합법 사행산업 대비 불법도박의 중독 유병률은 8.1%에서 25.1%로 3배 이상 높았다. 정부는 도박 이용자들을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유인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거시적으로는 불법시장으로 흘러가는 세수를 합법시장으로 가져올 수 있다.

사행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이미 국내에서는 스포츠토토뿐만 아니라 경마사업, 일부 카지노사업(강원랜드)의 본격적인 양성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용자 보호 안전망 구축으로 건강한 레저문화를 기대한다는 게 주된 목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규제 중심의 사행산업 정책이 더 이상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영국·독일 등 앞다퉈 온라인까지 확대

세계 각국에서는 이미 사행사업 양성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유독 규제가 심하기로 유명한 싱가포르 역시 사행산업 양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6년 경마, 스포츠토토 등의 사행업종에 대해 예외적으로 온라인 베팅을 허가했다. 싱가포르를 필두로 한 경마 선진국들은 합법경마 시장 규제를 철폐해 불법도박 이용자들을 양지로 유인한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당시 싱가포르 내무부는 “예외 없는 전면적인 온라인 베팅 규제는 오히려 그 수요가 불법시장으로 유입돼 색출이 어렵고 관련법 무력화를 초래한다”며 “예외적인 허용 정책이 베팅시장 규모를 관리하고 중독을 완화하는 방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의 경우 카지노, 베팅, 복권, 빙고, 아케이드, 게이밍머신 등을 합법화하고 있다. 2019년 현재 카지노는 155개 영업장이 운영되고 있고 경마 및 스포츠베팅을 포함한 베팅은 7315개 영업장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 카지노, 베팅, 복권, 빙고 등은 온라인 서비스도 허용되고 있다.

특히 2000년대에 온라인 스포츠베팅을 합법화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는 합법 온라인 베팅 시장이 열린 이후 불법 도박시장 규모가 축소됐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당시 이들 국가들의 불법 도박시장은 합법 도박시장에 비해 규모가 커지고 있었다.

온라인 스포츠베팅이 2008년 합법화된 이탈리아와 2010년 허용된 프랑스는 해당 연도를 기준으로 합법과 불법 도박시장 규모가 역전됐다. 독일 역시 2011년 온라인 스포츠베팅이 합법화 되면서 불법 시장 규모가 절반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경우 현재 카지노, 경마, 스포츠베팅, 복권 등을 합법화하고 있다. 2019년 현재 독일 내에는 70개 카지노 영업장이 운영되고 있고 경마, 스포츠베팅, 게이밍머신, 복권 등이 합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특히 경마, 스포츠베팅, 게이밍머신, 복권은 모두 민간 경쟁체제로 운영되고 카지노, 스포츠베팅, 경마, 복권에 대해서는 온라인 서비스도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상황을 해외 사례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일단 사행산업 건전화를 위한 방안이 규제 정책에만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의 경우 합법 스포츠토토가 정부 유관 부처의 사행산업 건전화 정책에 따라 상당한 규제를 받고 있어 불법스포츠도박과의 경쟁에서 항상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다.

스포츠토토코리아 관계자는 “사행산업 건전화를 위한 규제 정책은 합법 사행사업자를 통제하는데 일부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불법도박 및 불법스포츠도박으로 이용객이 전이되는 소위 ‘풍선효과’를 낳고 있다”며 “스포츠베팅 이용객들의 불법스포츠도박 전이를 억제하려면 스포츠토토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ong@hankooki.com 주간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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