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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현실판…도망간 회장님은 어떻게 600억 소송을 이겼나

작성자
candy
작성일
2023-01-15 14:02
조회
19
[MT리포트-술마시고 골프치고…회장님의 황제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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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시리즈 '카지노' 4화 예고편 캡쳐.

"골프도 치고 술도 마셨습니다. 투자 받고 사람도 만나려고 (태국에) 있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김(성태) 전 회장에게 직접 들었습니다."

이달 6일 수원지법 204호. '해외로 도피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만나 무엇을 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쌍방울 계열사 대표 A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내놓은 대답이다. 김 전 회장이 검찰의 수사를 피해 해외로 건너가 여가를 즐기면서 새로운 사업까지 검토했다는 것이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시리즈 '카지노'가 보여준 해외도피사범들의 호화생활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언이다. 김 전 회장은 태국에서 '본명'을 밝히면서 국내 인사에게 전화를 하거나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할 정도로 대담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도 연관된 쌍방울그룹 비리 의혹의 핵심인물 김성태 전 회장이 8개월 동안의 해외 도피 생활 끝에 태국에서 체포돼 오는 17일 자진 귀국 형태로 송환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몸을 숨긴 이들의 호화 도피 생활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 전 회장 검거는 국제사법 공조 강화가 거둔 값진 성과로 꼽히지만 여전히 활개 치는 해외도피범들을 법의 심판정에 세우려면 추격의 그물망을 좀더 촘촘해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도 8월까지 379명 해외도피…검거·송환은 60명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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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해외로 도주한 국내 범죄자는 총 3781명으로 집계된다. 2018년 579명 이후 2019년 927명, 2020년 943명, 2021년 953명으로 연간 규모가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는 8월까지 379명이 해외로 도주했다. 태국에서 검거된 김성태 회장과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뒤 도피해 세르비아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되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여기에 포함된다.

죄명으로 보면 사기 혐의 도피범이 1854명으로 전체 범죄의 절반을 차지한다. 다음으로 도박 565명(15%), 마약 200명(5%), 폭력(4%), 횡령배임(4%), 성범죄(3%) 순이다. 지난해 1~7월 국내에 송환된 해외도피사범은 국가별로 필리핀 56명(27%), 베트남 39명(19%), 중국 36명(17%), 태국 25명(12%), 캄보디아 10명(4%) 등이다. '카지노'에서 그린대로 사기 범죄를 저지르고 달아났다가 필리핀에서 검거돼 송환되는 사례가 가장 흔한 셈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해외로 도주한 범죄자 3781명과 비교해 같은 기간 국내로 송환된 범죄자는 1583명에 그친다. 이 기간으로만 한정해도 2000명이 넘는 범죄자가 도피 중인 셈이다.

밀항으로 출국 기록을 남기지 않고 해외로 나가면 국내에 체류하는 것으로 간주돼 공소시효 정지 규정도 적용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처벌을 피한 사람이 2018년에 이미 1만명을 넘어섰다.

징역형 선고 도피범도…선종구 전 회장 잠적 1년5개월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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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를 받다 도주하는 경우를 넘어 법원에서 실형을 받은 뒤 형집행을 피해 도피한 자유형 미집행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회사에 1700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로 2021년 8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뒤 불구속 상태에서 미국으로 출국해 잠적한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검찰은 지난해 3월 대법원 재상고심에서 징역 5년, 벌금 300억원이 확정된 뒤에야 형집행을 위해 선 회장의 소재를 파악하다 출국 사실을 확인했다. 실형을 선고하고도 불복할 기회를 준다는 이유로 구속하지 않은 재판부와 이런 배경 등을 고려해 출국금지를 요청하지 않은 검찰의 빈틈을 선 전 회장이 악용한 것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선 전 회장 같은 자유형 미집행자는 2021년 5340명으로 2017년 4593명, 2018년 4458명, 2019년 4413명, 2020년 4548명, 2020년 4548명에 비해 700~800명 늘었다. 법조계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불구속 재판이 늘어난 것도 자유형 미집행자 증가의 원인으로 본다.

선 전 회장은 도피 와중에도 대리인을 내세워 진행 중인 622억원 규모의 증여세 환급 소송으로도 논란이다. 2021년 12월 1심에 이어 지난해 11월 나온 2심 승소 판결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면 국세청은 선 전 회장이 자녀 명의로 취득했던 하이마트 주식에 부과한 상장차익 증여세 622억원을 고스란히 돌려줘야 할 상황이다. 선 전 회장은 과거 보유했던 더플레이스CC 골프장과 각종 부동산도 모두 매각한 뒤 해외로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송환을 앞둔 김성태 전 회장 이상의 호화 도피가 추정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2심 판결 이후 국민적인 공분이 터져나온 이유다.

수사당국이 국세청, 관세청,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손잡고 해외 도피사범 검거에 못지 않게 이들의 불법·은닉재산 환수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이런 재산은 복잡한 채권 채무 관계로 엮인 경우가 대다수라 환수가 더디고 쉽지 않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가 회삿돈 수백억원을 해외로 빼돌렸다가 여권을 위조해 출국한 뒤 21년만인 2019년 검거됐을 때도 불법재산을 환수하는 데 상당한 애를 먹었다.

불법재산 환수 더 어려워…국가간 공조 구축해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지난해 9월23일 5개월 동안의 추적 끝에 140억 원대 가상자산 해킹 피의자 A씨(40대·남)를 필리핀 현지경찰과 공조해 체포,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강제송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지난해 9월23일 5개월 동안의 추적 끝에 140억 원대 가상자산 해킹 피의자 A씨(40대·남)를 필리핀 현지경찰과 공조해 체포,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강제송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외로 도주한 범죄자의 신병을 확보하고 은닉재산을 환수하기 위해서는 미국 등 우호국은 물론, 중국·일본·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인접국과 공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체적으로 검찰 간부와 실무진이 정기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협의할 수 있는 상설기구 설치가 해법으로 거론된다. 임금 123억원을 체불한 혐의로 미국으로 도피했던 전윤수 전 성원건설 회장의 경우 다섯달만에 미국 사법당국에 체포됐는데도 보석으로 석방되면서 2019년 자진 귀국할 때까지 9년 동안 호화 도피 행각을 이어가는 것을 사실상 손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김성태 전 회장 검거 과정은 국제 형사 공조의 성과를 보여주는 사례로 검찰과 경찰 안팎에서 주목받는다. 검찰에서는 수원지검 김 전 회장 수사팀에 투입된 범죄인 인도·형사사법 공조 분야의 전문검사(블루벨트) 인증을 받은 조주연 대검 국제협력담당관(부장검사)이 지난해 12월 초 태국을 방문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같은 달 주한 태국대사를 접견하며 김 전 회장 등 해외도피사범 송환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태국 현지에 파견한 코리안데스크(한국인 사건 전담 주재원)를 통해 지난해 12월 김 전 회장의 동선에 대한 첩보를 입수해 검거에 힘을 보탰다.

검찰 출신 법조계 한 인사는 "국가간 공조 체제가 강화되면 선종구 전 회장이나 권도형 대표 등 거물급 해외도피범을 검거하긴 훨씬 더 수월해질 것"이라며 "보이스피싱, 마약 등 범죄가 국제화되는 데 맞춰서도 국가간 대응 역량을 키울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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